덤벙 주초 썸네일형 리스트형 덤벙 주초 어느날 오랜만에 내 얼굴을 본 할머니가 물으셨다 “얼굴이 왜 그렇게 어둡냐?” 할머니는 한 쪽 눈을 실명하셨고,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분간하실 정도로 다른 쪽 시력도 안 좋은 상태였다. 그런 할머니의 눈에 손자의 힘든 얼굴이 비친 모양이다. “너무 걱정마라. 때가 되면 다 잘 풀릴 거니께.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니라”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나였다. 하지만 덤벙덤벙 살라는 말은 꽤 인상적으로 마음에 꽂혔다. 물론 그게 어떤 삶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, 몇 년이 흘렀다. 책을 읽다가 우연히 ‘덤벙 주초’란 것을 알았다. 강원도 삼척에 “죽서루”라는 누각이 있다. 특이한 것은 그 누각의 기둥이다.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.. 더보기 이전 1 다음